우란분절에 얽힌 설화
목건련 존자의 아버지는 부유한 상인이었으나 존자의 나이가 20세가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존자는 가업을 물려받아 먼 나라로 장사를 하러 떠나면서 어머니 청제부인께 당부하였습니다.
"어머니! 아버님께서 남기신 재산 중 3분의 1을 드릴테니, 제가 없는 동안 매일 브라흐만 승려들을 청하여 아버님을 우한 재(齎)를 베풀도록 하십시오."
"어찌 재만 지내겠느냐? 너의 무사귀환과 성공도 함께 기도할테니 안심하고 다녀오너라."
그러나 마을 어귀까지 아들을 전송하고 집으로 돌아온 청제부인의 실천은 달랐습니다. 브라흐만 승려 대신 놀기를 좋아하는 남녀를 집안으로 끌어들였고, 재를 지낼 음식 대신 향연을 위한 고기와 술을 장만하였습니다. 그리고 노래하고 춤추고 남자들과의 향락에 빠져 헤어날 줄을 몰랐습니다.
마침내 해가 바뀌어 큰 돈을 번 목건련은 고향으로 향하였고, 그의 마음은 어머니에 대한 감사함으로 가득하였습니다. 이번 장사길의 성공과 무사함이 어머니의 기도 덕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을 어귀에 이르렀을 때 생각지도 않았던 소문들이 그를 맞이하였습니다. 모두가 어머니의 방탕한 생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목건련은 데리고 다니던 시종을 집으로 보내 사실을 확인하게 했습니다. 시종이 집에 이르렀을 때 소문은 결코 헛소문이 아니었고, 당황한 청제부인은 시종을 큰 돈으로 매수하여 거짓을 고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향연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브라흐만의 옷을 입혀 거짓 재를 지내게 하였습니다. 시종으로부터 별 문제 없다는 말을 들은 목건련은 어머니의 부정에 대한 생각을 말끔히 지우고 집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아들을 맞이하는 어머니의 얼굴은 지난날처럼 맑지가 않았습니다. 삿된 기운이 가득한 어머니를 보며 목건련은 소문의 사실 여부를 물었고, 어머니는 부정을 하면서 단호히 맹세했습니다.
"내가 만약 너에게 거짓말을 한다면 오늘부터 7일 안에 죽어 도현(倒懸:거꾸로 매달림)의 고통을 면하지 못하리라."
"어머니, 잠시라도 어머니를 의심한 이 불효자식을 용서하십시오. 앞으로 어머니를 극진히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청제부인은 갑자기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 즉사하였습니다. 오직 남긴 말은 단 한마디.
"아들아, 나 좀 살려다오!"
갑작스런 어머니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목건련은 산자야라는 현인을 찾아가 어머니의 가신 곳과 천도 방법을 물었습니다.
"어머니의 간 곳을 알고 좋은 곳으로 보내고 싶으면 모든 재산을 이 교단에 바치고 선정과 고행을 닦아라. 그리하여 신께서 어머니를 천상으로 끌어올려 줄 것이다."
목건련은 그 말을 믿고 모든 재산을 헌납한 다음 도를 닦았습니다. 하지만 신의 가피는커녕 어머니의 간 곳 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목건련은 도반인 사리불(舍利佛)로부터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출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찾아가 제자가 되었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여 육신통(六神通)을 갖춘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신통력을 갖춘 목건련 존자는 무엇보다 먼저 어머니가 가신 곳을 살폈습니다. 어머니는 아귀로 태어나 형틀에 거꾸로 매달린 채 음식을 보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여 피골이 상접되어 있었습니다.
"어머니!"
목건련 존자는 울부짖으며 바루에 밥을 담아 어머니 앞으로 내밀었고, 어머니는 황급히 왼손으로 바루를 나꿔채더니 오른손으로 밥을 움켜쥐었습니다. 그러나 입에 들어가기도 전에 밥은 불덩이로 변하였고, 여러 차례 시도를 하였으나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신통제일의 목건련 존자였지만 아귀가 된 어머니에게는 밥 한 톨 먹일 수가 없었습니다. 이에 목건련 존자는 슬피 울면서 부처님께로 달려가 모든 것을 자세히 말씀드렸고, 부처님께서는 조용히 이르셨습니다.
"네 어머니의 죄는 뿌리가 매우 깊어 1겁 동안 아귀의 과보를 받아야 한다. 더욱이 너에게 '거짓말을 한다면 거꾸로 매달리는 고통을 받겠다'는 맹세를 하지 않았더냐? 너의 효성스런 마음이 천지를 진동시키고 신통력이 뛰어날지라도 네 어머니의 죄는 소멸시킬 수 없느니라. 반드시 여러 스님네의 위신력을 얻어야 해탈할 수 있느니라. 내 이제 구제법(救濟法)을 설하여 너를 비롯한 온갖 어려운 이의 근심과 괴로음과 죄업이 소멸하게 하리라."
부처님께서는 목건련 존자에게 해제일인 7월 15일에 시방의 승려에게 공양을 할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해제일은 선정(禪定)을 닦던 많은 스님들이 도를 깨치기도 하고, 도의 힘이 결집되는 날이기도 하며, 도력을 기른 스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일심으로 스스로 깨달은 바에 대해 고백을 하고 점검을 받는 자자일(自恣日)이기 때문에, 수행의 기운이 참으로 대단한 날입니다. 더욱이 시방의 성현들과 십지(十地)의 보살들이 비구의 모습을 취하여 대중들 속에 있으면서, 중생의 복덕을 위해 자비심으로 공양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날, 백가지 맛의 음식과 다섯 가지 과일 등을 공양하며 정성을 기울이면 시방세계 대보살과 스님네의 수행 공덕으로 비원(悲願)을 성취함과 동시에 현생에 부모와 이전 여섯 생의 부모, 그리고 가까운 친족들이 삼악도(三惡道)의 괴로움을 벗고 천상에 태어나 무량한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목건련 존자는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우란분재를 시행하여 1겁 동안 받아야 할 아귀의 고통으로부터 어머니를 구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우란분재를 올리는 불자들의 마음가짐에 대해 결론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부모가 길러주고 사랑해 준 은혜를 갚는다는 마음으로 우란분재를 행하라."
전국의 많은 사찰에서 음력 7월 15일의 우란분절까지 조상천도를 위한 49재를 봉행하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내가 49일 동안 부모와 조상의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기도한 힘과 스님들의 3개월 동안 수행한 힘이 합해진 이 백중날에 천도재를 봉행하면, 온 법계에 영가를 구제할 수 있는 기운이 충만되어 있기 때문에 보다 쉽게 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란분재, 곧 백중기도의 목적인 것입니다.